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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사적공원
탐방 후기 "500년 푸조나무가 지켜본 조선의 군항(軍港)"
벚꽃 흩날리는 2026년 3월 마지막 날,
부산 수영구의 숨은 역사 보물창고를 걸었습니다
| 공식 명칭 | 수영사적공원 (水營史蹟公園) |
| 소재지 | 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동 229-1 (수영공원로 43) |
| 입장료 | 무료 |
| 관람시간 | 상시 개방 (25의용단 관람: 매일 10:00~17:00) |
| 주차 |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
| 관리기관 | 부산광역시 수영구청 |
| 주요 유적 | 500년 푸조나무 · 수사선정비 33기 · 25의용단 · 안용복 장군 사당 · 수영성 터 |
| 지정 문화재 | 천연기념물(푸조나무) ·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25의용단 등) |
| 방문일 | 2026년 3월 31일 (화) 오전 · 벚꽃 개화 중 |
| 인근 관광지 | 수영강 수변공원 · 광안리해수욕장 (도보 20분) |
조선시대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慶尙左道水軍節度使營), 즉 경상좌수영(左水營)이 있던 자리입니다. 낙동강 동쪽에서 경주에 이르는 해안 방어를 담당한 수군 사령부였습니다. 현재는 약 5만 평의 역사 공원으로 조성되어 천연기념물 푸조나무, 임진왜란 의병 추모 공간, 안용복 장군 사당 등 의미 있는 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부산의 역사와 정체성을 가장 밀도 있게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왼편의 울창한 대나무 숲과 오른편에서 꽃잎을 날리고 있는 벚꽃나무들이었습니다. 바닥은 이미 하얀 꽃잎으로 소복이 덮여 있어, 걸음을 뗄 때마다 봄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감각이 느껴졌습니다. 역사 유적지라는 선입견과 달리 공원 자체가 꽤 예쁘게 조성되어 있어, 산책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간이었습니다.
평일 오전에 방문했음에도 어르신 산책객들과 아이를 데려온 가족들이 꽤 눈에 띄었습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동네 주민들의 일상 속 쉼터로 사랑받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수영사적공원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 부산 좌수영성지 푸조나무입니다. 1982년 11월 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나무는 수령이 약 5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18m에 가슴높이 줄기 둘레가 8.5m, 가지가 동서로 23m까지 뻗어 있습니다. 마치 두 그루가 함께 자라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안내판에 따르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에 신성한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 당산나무로 받들었고, 매년 정월 대보름에 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500년의 세월 동안 조상들의 보살핌 속에 자라온 나무라니, 보호 울타리 앞에서 한참 올려다보게 됩니다. 겨울과 초봄 사이의 방문이라 잎이 없는 상태였지만, 오히려 거대한 줄기와 가지의 형태가 더욱 선명하게 보여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교목으로 학명은 Aphananthe aspera입니다. 팽나무와 비슷하게 생겨 지역에 따라 개팽나무 또는 검팽나무라고도 불립니다. 따뜻한 남부 지방 해안가에서 잘 자라며, 수영 지역의 오랜 역사적 환경 속에서 이 정도 규모로 성장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대나무 숲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청록색 난간이 두른 구역에 줄지어 선 옛 비석들을 만납니다. 이것이 바로 수사선정비(水使善政碑)입니다. 조선시대 인조 17년(1639)부터 고종 27년(1890)까지 251년에 걸쳐 경상좌수영을 지킨 28명의 수군절도사(수사)와 부관들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 33기입니다.
각 비석의 상단에는 거북 또는 연꽃 모양의 머리 장식(이수)이 조각되어 있고, 비신에는 한자로 공덕 내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원래는 수영성 남문(영성) 주변에 흩어져 있던 것을 2002년 좌수영성지 정비·복원 사업 때 이곳으로 모아 재임 연도 순으로 배치했다고 합니다. 251년의 역사가 33개의 돌에 새겨진 채 한 자리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 묘한 감동을 줬습니다.
공원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전통 한옥 양식의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붉은 기둥과 단청 무늬가 인상적인 2층 건물로, 방문 당일에는 바닥에 목련꽃잎이 가득 떨어져 있었습니다. 건물 옆에는 수영구가 준보호수(노거수)로 지정한 수령 80년의 곰솔이 있습니다. 지정번호 수영구 12호로 2015년에 지정됐으며, 키가 25m에 달하고 가슴높이 나무둘레가 2.3m에 이릅니다. 천연기념물 푸조나무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안내판을 꼼꼼히 읽다 보면 공원 구석구석에 오래된 생명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영사적공원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공간은 단연 25의용단(二十五義勇壇)입니다. 1972년 6월 26일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수영성을 지키다 목숨을 바친 수군과 성민 25인의 의로움을 기리는 공간입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당시 경상좌수사는 수영성을 버리고 달아났고, 일본군은 이곳에 주둔하며 약탈과 살육을 자행했습니다. 이때 수영성의 수군과 성민 25명은 성문 밖 선서바위에 모여 "싸우면 이겨서 살 것이오, 싸우지 않으면 망하리로다. 나라의 존망이 경각에 있거늘 어찌 삶을 구하여 산으로 달아날 것인가. 단 한 번의 죽음으로써 나라에 보답하리라"고 피로써 맹세한 후 일본군을 상대로 유격전을 펼쳤다고 합니다.
충의문(忠義門)이라 쓰인 붉은 대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습니다. 관람 시간이 매일 10시~17시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고, 문 안쪽으로는 단정하게 정돈된 뜰이 보였습니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이 이런 공간에서는 특히 더 무겁고 진지하게 느껴집니다.
25인의 의용이 공식화된 것은 광해군 원년, 동래부사 이안눌이 지방민들의 청원에 따라 25인의 사적을 모아 정방록에 싣고 이들의 집 문에 '의용(義勇)'이라는 글자를 써 붙인 데서 비롯됐습니다. 이후 경상좌수사 장인식이 비를 세워 의용단이라 이름 짓고, 매년 음력 3월과 9월 말 정일 두 차례 제향을 봉행했습니다. 현재는 음력 9월 말 정일에만 제향을 올립니다.
공원 가장 안쪽 언덕 위에 자리한 안용복 장군 사당(安龍福將軍祠堂)은 조선 숙종 시대의 어부이자 독도 수호 영웅인 안용복을 기리는 곳입니다. 사당 정면에는 "333년 전부터 안용복 장군이 지켜온 독도"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어 이곳이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 현장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안내판의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용복은 부산 동구 좌천동 출신의 어민으로, 경상좌수영에서 배를 젓는 능로군으로 군복무를 했습니다. 당시 왜인들이 울릉도(마쓰시마)와 독도(죽도)를 자국 땅이라 주장하며 자주 침범하자, 1693년과 1696년 두 차례에 걸쳐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호키주 태수와 에도막부에 항의하여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인시키고 다시는 침범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냈습니다.
한 나라의 외교관도 아닌 어민 한 명이 두 번이나 일본까지 건너가 담판을 짓고 각서를 받아낸 이야기. 계단을 오르며 사당을 바라보는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매년 양력 4월 18일, 안용복 장군 사당(수강사)에서 제향을 올린다고 합니다.
안용복은 1693년과 1696년 두 차례 일본을 방문해 울릉도·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호키주 태수와 에도막부에 직접 항의하고 각서를 받아냈습니다. 이 활동은 오늘날 독도 영유권의 역사적 근거 중 하나로 자주 인용됩니다. 부산 시민의 뜻을 모아 건립한 이 사당과 동상은, 1967년 건립된 수영사적공원 정상의 충혼탑과 함께 이전하여 현재의 위치에 조성됐습니다.
깊은 역사를 만나는 곳
— 무료인 게 믿기지 않습니다
수영사적공원은 부산에서 제가 다녀온 곳 중 가장 '밀도 있는' 역사 공간이었습니다. 500년 천연기념물 푸조나무, 임진왜란 의병 25인의 결사항전을 기리는 25의용단, 독도를 지킨 어부 안용복의 사당, 251년에 걸친 수군 지휘관 33인의 선정비까지 — 이 모든 것이 무료로, 한 공원 안에 있습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에 방문하면 역사 감동과 자연 힐링이 동시에 가능합니다. 광안리 바닷가보다 훨씬 덜 알려져 있지만, 부산을 진짜로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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